'전주국제영화제' 전주에 영화 축제는 없었다
글·사진 허미선 기자 hurlkie@soompi.com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벌써 12년째, ‘전주’라는 지역의 이름을 걸고, 시와의 탄탄한 공조와 협력을 통해 개최되는 영화제다. ‘국제영화제’기는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민들의 축제와도 같다.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 거리는 영화제를 보고 즐기기 위한 이들로 즐비하다.

▲ 올해로 12년을 맞은 전주 국제 영화제.

거장 임권택 감독과 이명세 감독을 비롯해 국내외 대단한 영화인사들에게 거리낌 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친근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들 역시 아주 반갑게 그 인사에 답례를 한다. 또한 영화제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처우 등도 꽤 정성스럽다.

분명 여기는 그런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전주 영화의 거리다. 분명 고속버스를 탔고, 전주 톨게이트도 지났다. 그리고 분명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거리’라는 표지판도 확인했다. 분명 여기는 전주 영화의 거리인데…. 머릿속으로 이곳은 분명 전주 영화의 거리인데, 심정적으로는 명동의 패션 브랜드 거리다.


불과 몇 년만에 패션의 거리로 변해버린 그곳에 벌써 열두 번째 열리는 영화제를 상징하는 ‘영화의 거리’라면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영화의 거리로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아주 소심한 원망이 든다.

그 거리를 거쳐 간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기자시사회장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몇 명이나 될까, 눈대중으로 봐도 스무 명이 채 안돼 보인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가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국제적으로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아스가르 파르허디(Asghar Farhadi) 감독의 초청도 불발됐다.

단, 1분만에 매진됐다는 이 개막작의 기자시사 풍경은 왠지 실험·인디·도전을 추구하는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현재 언론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관련 연예인들도 역부족한 인물들이다.

물론, 작품 자체보다는 그 작품 감독의 내한 여부나 작품 주변의 이슈거리를 따라 움직이는 기자들의 문제기도 하다. 몇해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레드 카펫에 올라 눈도장만 찍고 개막작이 상영되기 시작하자 대대적으로 식장을 빠져나간 배우들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은 기사들이 넘쳐난 적이 있었다.


이명세 감독의 <M, 2007>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강동원 때문에 엄청난 취재진이 몰려 고성방가와 삿대질이 오가더니, 다음날 이명세 감독이 단독으로 나서는 관객과의 대화에는 극소수의 취재진들이 눈에 띈 경우도 있었다. 물론, 비도 억수같이 쏟아졌고 당연히 강동원도 없었다.

화려한 레드 카펫에만 정신이 팔린 배우들이나, 영화제와 작품 자체보다는 참석 연예인의 유명도나 감독의 참석 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미디어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는 이슈에만 집중하고, 파파라치도 부럽지 않은 연예인 사생활 파고들기, 낚시질 등을 일삼는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론, 영화제가 해야 할 일은 흥행을 따지기 보다는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알려져야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대부분의 행사들이 개막식 참석 연예인과 홍보대사 등의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물론 ‘흥행’에 무게가 실리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그들만의 영화제’로 남지 않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영화제 흥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제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 조금은 ‘대중적’이어도 좋지 않을까. 비대중적인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언론의 속성이나 씁쓸한 자화상을 이용해 얼마든지 외쳐도 좋지 않을까. 이곳이 바로, 맛과 멋과 예향의 고장인 전주, 그곳에서 열리는 우리 영화제라고

Updated : 2011.05.06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