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 즐기세요." 발레 '돈키호테'
안혜상 인턴기자 schoolfq@hanmail.net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 등장한 것은 발레단이 아니라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이었다. 문 단장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에 앞서 간단하게 극을 해설했고 직접 시범을 보이며 몇 가지 발레 동작들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011 시즌 오프닝 작품으로 선택한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 ‘돈키호테’를 발레화한 작품으로, 260여년 넘게 고전 희극 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설 ‘돈키호테’는 충복 산초와 함께하는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지만, 발레에서 돈키호테는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사랑을 도와주는 들러리 역할이다. 키트리와 바질은 서로 사랑하지만, 가난한 바질이 못마땅한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는 키트리를 돈 많은 귀족 가마슈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바질은 키트리와 결혼하지 못한다면 자살하겠다며 거짓 자살극을 벌이고, 돈키호테는 로렌조를 설득해 둘을 결혼시키게 한다.


‘돈키호테’에서는 스페인 특유의 화려한 춤과 의상이 두드러진다. 제 1막은 시작부터 화려함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들과 탬버린 박자로 분위기가 고조된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에 강렬한 빨간 의상을 입은 키트리(김세연)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열광의 박수를 보냈다. 옆머리에 꽂은 빨간 꽃만큼이나 그녀의 가녀리지만 거침없는 춤동작은 도도하고 당당한 키트리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키트리와 바질(엄재용)의 춤에 이어진 투우사들의 춤에서도 화려함은 그치지 않았다. 투우사들은 빨강, 짙은 분홍 등의 색의 망토를 흔들며 춤을 이뤄냈고, 그중 노란 의상에 빨간 망토로 다른 투우사들을 이끈 에스파다가 가장 돋보였다. 투우사들은 이어 거리의 무희들과 정열적인 춤을 추고, 로렌조의 눈을 피해 키트리와 바질이 집시들의 야영지로 도망치면서 1막이 마무리된다.


1막이 희극 발레로서의 발랄함과 화려함을 보여줬다면 2막 돈키호테의 꿈 이야기에서는 고전 발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한층 잔잔해진 선율 아래 요정들의 춤이 시작된다. 돈키호테에서는 부채, 망토, 탬버린과 같은 소품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장면에서 요정들은 큐피트 화살을 들고 춤을 춘다. 통일된 흰색 의상과 큐피드 화살이 요정들의 군무를 더욱더 돋보이게 했다. 


3막은 내용상으로도 발레 테크닉면으로도 가장 정점에 이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질의 거짓 자살극으로 결혼 승낙을 받아낸 키트리의 결혼식 장면이다. 친구들의 축하의 춤에 이은 키트리와 바질의 대 이인무 ‘그랑 파드두(grand pas de deux)’는 발레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로, 남녀 주인공의 눈부신 테크닉을 보여준다.

그랑 파드두는 느린 아다지오 속도에 맞추어 남녀 주인공이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며 우아하게 춤추는 개시 아다지오, 각자 독무를 추면서 뛰어난 기교를 선보이는 솔로 바리에이션, 대 이인무를 완결지으며 테크닉의 정점을 보여주는 코다 순으로 이루어진다. 이중 코다에서는 바질의 높은 점프와 깔끔한 회전동작에 이어 키트리의 32회전 푸에테(fouette, 한 다리를 축으로 몸을 연속으로 회전시키는 발레 동작)가 이어지는데, 회전이 거듭될수록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도 함께 커졌고 키트리가 완성 동작으로 푸에테를 마무리하자 관객들은열광적인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곳곳에서 ‘브라보!’, ‘원더풀’과 같은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극중 대사가 없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동작 때문에 종종 발레는 ‘어렵다’는 평을 듣지만 돈키호테는 달랐다.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을뿐더러, 공연 중에도 무대 위 전광판에 장면 장면의 간단한 해설이 나와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무엇보다 돈키호테는 발레의 난해함보다는 스페인풍의 화려한 춤, 뛰어난 테크닉으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돈키호테’는 25일부터 28일까지 총 여섯 번 공연했고 매 공연마다 남녀 주인공이 바뀌었다. 이날 주인공을 맡은 키트리 역의 김세연, 바질 역을 맡은 엄재웅은 뛰어난 호흡을 보였고 다른 조연들의 연기력도 출중했다. 발레 초보자라도 화려함과 흥겨움에 즐길 수 있었던 ‘돈키호테’였다. 

Updated : 2011.04.06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