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알 약 먹고 그 기운 떨어지면 괴물 되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완쾌됐다."
“척수염에서 완쾌됐다”는 거짓말 더 이상 않겠다는 타이거JK의 고백
“아파도 가족과 음악이 있는 나는 운이 없는 만큼 축복 받은 사람”
타이거JK / 힙합 뮤지션

난 음악으로 표현하고 음악으로 먹고 살고, 음악으로 평가 받고, 음악으로 살아가는 래퍼다. 독설가도 비판가도, 어느 시인처럼 글을 잘 쓰는 문학가도 아니다. 처음 ‘조엔’에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무슨 말들을 해야 할 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맘에 두고 있는 아주 작은 소망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걸 전달하고 싶었다.


난 척수염환자다. 하루에 18알 정도의 약을 먹어야만, 몸과 마음이 제 구실을 한다. 기약 없이 이렇게 약에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앞을 못 보는 것도 아니다. 겉은 멀쩡하다, 기적일 수도 아니면 운이 좋은 케이스일 수도 있지만, 척수염환자로서 난 꽤 평범하게 생활한다.


조금 알려진 사람이라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도 받으며, 난 밝게 살아가고 있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난 병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언급을 안 할 계획이었고, 어느 인터뷰 때나 “난 완쾌됐습니다” 하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약 기운이 떨어질 때쯤 끝없이 어두워지고 괴로워하는 난 괴물이 된다. 비틀거리며 넘어지고, 예민해져서 소리 지르고, 내 스타일리스트가 말끔하게 가꾸어 놓은 나의 모습은, 한마디로 성난 헐크로 변해 미쳐있다.


나에겐 이런 내 모습을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소연할 음악이 있고, 또 그걸 들어주는 팬들이 있다. 난 운이 없는 만큼 축복 받은 사람이다. 나에게 종종 e-mail이 온다. 팬레터가 아닌 다른 척수염 환자들의 애절한 편지들이다.


나처럼 완쾌 되고 싶다 하고, 나처럼 건강하고 밝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 직장에서 자신들의 병마를 숨기고 허덕이고 있는 이들, 혹은 그 사람들의 아내, 어머니, 자식들의 편지다.

▲ 타이거 JK와 아내 윤미래, 아들 조단과 함께한 가족 사진.


어쩔 수없이 자신의 병을 숨겨야 되는 그들의 편지를 읽으면 가슴이 미여 터지고, 숨통이 막힌다. 혹시 내가 날 위해서 그분들에게 헛된 기대감을 불어 넣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솔직해지고 싶었다. 난 완쾌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약에 절어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해진 건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느끼는 건데, 아주 원초적이고 기초적인 흔한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보약인 것 같다. 난 아침마다 일어나 나에게 편지를 쓴다. “넌 완쾌됐고, 오늘 컨디션은 최고야” 그리고 씩 웃는다.


내 마음은 완쾌된 상태다. 물을 마시고, 걷는다. 스트레칭을 하고 또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아플 때 말한다. 자존심은 없다. 말한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내 정신은 어떻게 나약해지고 있는지 말한다. 허공에, 친구한테, 의사한테, 나무한테, 돌한테, 그리고 난 다시 내 머리를 정화시킨다.


용하고 용하다는 거의 모든 곳을 찾아 다니다, 결국 실패로 좌절하던 난 이제 웃는다. 웃으니 맘이 편해졌고, 몸은 내 맘대로 안되더라도 맘은 내 맘대로다. 난 믿는다. 내 몸도 언젠간 내 맘을 따라올 것을.


지금 몸과 맘이 괴로운 이들에게 난 진심 어린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


☞ 스타와 기자가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조엔'

Updated : 2009.04.10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