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때문에 내 노래가 떴다고? 그 슬픈 노래가?
인기검색어로 오른 문제의 노래 '고기반찬'
이진원 /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의 1인 밴드로 활동 중. 작년 10월 3집 ‘굿바이 알루미늄’을 냈다.

2월초, 난데 없이 포털 사이트에 내 노래가 인기검색어로 떴다는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돌았다. 인기검색어로 오른 문제의 노래는 다름 아닌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아무리 노래가 좋아도/아무리 음악이 좋아도/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든든해야 노랠 하지/고기반찬 워’라고 부르는 노래다. 1년에 1000만원 가량을 겨우 버는 처량한 내 신세를 빗대 노래한 슬프기 짝이 없는 노래다.
아니! 언제부터 대중이 내 노래의 철학에 공감한 거지?
이 때 누군가 한 마디 했다. “뭔 소리야, 그 노래가 지금 ‘1박2일’에 잠깐 삽입돼서 그런 거 아냐!”


1박2일? 그러고 보니 연관검색어가 ‘이수근 고기반찬’ ‘강호동 고기반찬’ ‘1박2일 고기반찬’이다. 내 이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함께 연관 검색어로 묶여 있는 건 오히려 더 낮은 순위다. 그렇구나, 내 노래가 오락프로그램에 쓰여서 잠시 화제가 됐던 거구나. 어찌됐건 사람들이 잠시나마 내 노래에 관심을 가져준 게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론 쓴 웃음이 나왔다. 그 노래가 얼마나 슬픈 노래인데. 대한양돈협회에서 CF송으로 써주진 않을까, 눈물 흘리며 쓴 노래라고!

▲ 1박 2일의 한 장면

작년 10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름으로 3집 ‘굿바이 알루미늄(Goodbye Aluminium)’을 내놓자 평론가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태는 걸 잊지 않았다. ‘제자리 걸음이다’, ‘발전이 없다’, ‘동어반복이다’, ‘극도의 자기연민에 빠진 노래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웃기지 마라. 내가 너희들보다 노래 더 많이 듣는 사람이다. 이 노래는 내 피눈물로 쓴 거다. 극도의 자기비하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다 내 전략이다. 난 이번 앨범을 통해 바닥을 치고 반동으로 뜰 준비를 하고 있다. 두고 봐라, 라고.


가수가 되고 싶어서 혼자 노래를 시작했고, 뒤늦게 기타를 잡고 앨범을 만들었다. 만든 노래들이 뜻밖에도 반응을 얻으면서 2004년 정식 계약을 하고 첫 음반을 냈다.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같은 노래를 담은 음반이다.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이라고 나는 노래했다. 나처럼 잘생기지도 않고 돈이 많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도 꿈 하나 버리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을 위한 노래였다.


노래에 열광한 건 다름 아닌 재수생. 대학 떨어지고 인생 우울한 사람이 많아지는 매년 1~2월에 내 앨범이 갑자기 잘 팔리는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거라고 혼자 분석결과를 내놓고 쓴웃음도 지어봤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내 노래가 그들에게 위로가 될 수만 있다면. 한데, 어느 순간 난 위로를 건넬 힘조차 잃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 이진원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인 밴드 활동 중


그래서 소설을 쓰는 심정으로 3집 음반을 냈다. ‘달빛요정’이 절망해 음악을 때려치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음반으로 만든 것이다. 실력도 없고 소질도 없지만 열정 하나만은 못지 않은 한 사람이 다시는 음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부르는 노래. 내 콘셉트가 바로 이거였다. 혹자는 너무 우울해서, 자살 할까봐 차마 못 듣겠다고 했고, 사실 나도 내 노래를 부르면서 우울하지만, 이렇게 극심한 우울과 좌절을 노래하면 오히려 역으로 바닥을 치고 반동으로 뜰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 됐다.


다음 음반에서 난 보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볼 생각이다. 물론 난 여전히 가난하고, 1년 수입이 1000만원 안팎에 불과하며, 그저 스끼다시 같은 가수지만, 그래도 난 노래를 한다. 솔직히 홍대 바닥을 떠돌아 다니며 스스로 가수라고 우기는 것들의 90%는 어떻게든 여자 한 번 꼬셔보려고 그러는 놈들 아닌가. 난 적어도 그런 놈은 아니라고. 난 진지하게 내 인생을 노래한다고. 그래서 이젠 희망을 노래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노래가 때론 강호동의 ‘고기반찬’에 비유돼 희화화 돼도 좋다. 사람들이 웃을 수만 있다면. 잠시나마 위로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래, 난 괜찮다. 물론 대한양돈협회가 이 글을 읽고 그 노래를 CF송으로 써준다면 더욱 감격하겠지만. 하하.

Updated : 2009.02.25 19:51